
빌 그랜저(Bill Granger)
1969 - 2023
호주 멜버른 출신의 빌 그랜저는 독학으로 요리를 배워 세계적으로 유명한 레스토랑 사업가이자 푸드 라이터로 자리 잡았습니다. 30년이 넘는 경력을 바탕으로 아내인 나탈리와 함께 오늘날 시드니, 런던, 일본, 서울 등 전 세계 19개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성공적인 사업을 일구었습니다. 그는 14권의 요리책을 집필해 총 100만 부 이상 판매했고, 30개국 이상에서 방영된 5개의 요리 프로그램을 제작했으며, 전 세계 다양한 잡지와 신문에 레시피 칼럼을 기고했습니다. 2023년에는 관광 및 호스피탈리티 산업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호주 훈장 메달 (Medal of the Order of Australia)을 수상하기까지 했습니다.
빌 그랜저의 시작
빌은 멜버른에서 인테리어 디자인을 공부하다가 시드니로 가 미술 전공을 했으며, 90년대 초반에 웨이터로 일하다가 요리로 방향을 틀게 되었습니다. “많은 학생들처럼 저도 웨이터로 일했어요. 저는 라 파시옹 듀 프루트(La Passion du Fruit)에서 일했는데, 사장이셨던 크리스틴 쥬리에님이 일주일에 세 번 저녁 식사를 준비할 기회를 주셨습니다. 열정만 가득한 신입에게는 ‘티룸 면허’ 만 주어지기 때문에 현장에서 직접 요리할 수 없었죠. 그래서 만들어야 하는 모든 요리는 어머니 집에서 미리 만들어 가고, 레스토랑에서는 커피포트로 수프를 데우거나 전기 주전자로 아스파라거스를 찌는 등 간단한 마무리 작업만 했어요. 레스토랑의 이런 독특한 룰 덕분에 저는 신선한 재료와 미리 준비한 음식을 조합하여 손님들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내놓는 법을 배울 수 있었어요.”
– 빌 그랜저, 2000


“저는 달링허스트에서 세가 낮은 코너 자리를 찾았어요. 그 당시 한 신문에서는 이곳이 ‘약간 특이한 분위기의 동네’라고 표현하긴 했지만 임대료가 낮아 선택할 수밖에 없었죠. 사실 그곳이 제가 임대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도 했어요. 몇 가지 제약이 있었는데, 지방 자치단체에서는 일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만 운영을 허락했으며, 좌석은 32석으로 제한됐습니다. 그 당시 경제 상황도 불황이었죠. 인테리어에 쓸 여유 자금도 없었어요. 다행히도 예술을 전공했던 덕분에 디자인에 대한 감각이 조금 있었고, 저는 미니멀리즘을 좋아했죠. 그리고 그게 또 저렴했어요.”
— 빌 그랜저, 2020
"빌즈는 과시하는 면이 하나도 없었어요. 매우 경제적이고 가장 단순한 방법으로 구현되었지만, 그 공간이 주는 웰빙의 느낌은 엄청났습니다."— 테렌스 콘란, 2002

"슬라이딩 도어 이론(Sliding Doors theory) - 한 우주에서는 왼쪽으로 돌아가고, 다른 우주에서는 오른쪽으로 돌아갑니다. 이 이론이 맞는다면, 23살의 빌 그랜저는 미술학교에 남아 달링허스트의 술집을 리모델링해 카페를 열지 않았을 거예요. 그런 세상은 얼마나 지루할까요? 우리의 우주에서는 빌이 물감보다 팬을 더 잘 다루는 사람으로 남아있어 참 다행이에요."— 칼란 보이스, 2019
“90년대 대학 시절, 한 여학생이 자신이 좋아하는 카페에 대해 설명해 줬던 기억이 나요. 그 카페는 큰 테이블에 뉴욕과 런던의 최신 잡지가 쌓여 있었고, 당일에 만든 음식만을 제공했으며, 훌륭한 커피와 함께 세인트 빈센트(St Vincent’s) 병원의 간호사들과 패션 디자이너 지망생, 그리고 달링허스트의 다양한 주민들이 모여드는 곳이었죠. 제가 그 동네로 이사했을 때도 여전히 그런 곳이었어요. 이러한 공간이 이제는 전 세계 어디서나 비슷하게 구현되고 변형되어 그 당시 원조 빌스의 혁신적인 모습을 쉽게 잊어버릴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이 이름을 소문자와 작은따옴표 없이 90년대 스타일로 그대로 표현합니다.”
— 팻 노스, 2023

빌 그랜저 – 다이닝의 선구자
빌 그랜저는 언제나 밝은 미소와 지칠 줄 모르는 열정으로 전 세계에 자신만의 올데이 다이닝을 선보였습니다. 모든 요리 하나하나, 커피 한 잔, 그리고 따뜻한 인사 속에 호주의 찬란한 햇살과 드넓은 하늘의 에너지를 산뜻하게 담아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던 그의 마음은 본다이든 노팅힐에서든 변함없었습니다.

"빌은 단순히 커피와 캐주얼 다이닝을 결합한 호주의 독특한 다이닝 문화를 널리 알린 것뿐만 아니라 우리 삶의 의식과 리듬에 많은 변화를 주었습니다. 술집에서 카페로, 차에서 커피로, 저녁에서 이른 아침으로. 빌과 나탈리가 준 영감과 영향은 아무리 강조해도 과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들이 남긴 것은 파인 다이닝 요리나 엄격한 레시피의 전통이 아니라, 밝고 긍정적이며, 정돈되었지만 세련된, 그러면서도 모든 이가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음식 문화였습니다. 호주 음식은 과거 그렇게 사랑받는 음식이 아니었으나, 빌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음식으로 바뀌었습니다."— 데이비드 프라이어, 2023
빌은 좋은 음식과 친절한 서비스 속에서 편안하게 대화하고, 웃으며, 가족 및 친구와 함께 언제든 모여 삶을 나누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아름답고 현대적인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성공의 비결에 대해서 묻자, 빌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우리 고객분들을 항상 생각하고, 고객이 미처 깨닫기도 전에 원하는 것을 제공해 드리는 것, 이것이 바로 저희의 비결입니다."

“빌의 세계적인 성공의 핵심은 끊임없이 혁신하면서도 결코 본질적으로는 변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빌이 만든 원칙은 계속 유지되고 있어 빌즈는 여전히 사람들이 먹고 싶어 하는 음식을 가져와 더 신선하고, 가볍고, 더 아름답게 만들어서 줍니다. 안 먹을 수가 없어요. 특별한 날이든 평범한 날이든 매일 먹어도 좋을 만한 음식이에요.”— 테리 듀랙, 시드니 모닝 헤럴드